<처절하게 독서하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아직도 누구에게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2009년 1월 21일 한 노(老)작가는 어느곳을 방문했다. 그는 "'난쏘공'이 출간된지 30년이 지났는데 같은 일이 반복이 되고 있어. 그런데 그 방법은 더 야만적이고 더 미개해지고 더 끔직해진 것 같아."고 하며 한국 집권자들의 이성을 평가절하 하며 개탄했다. 그곳은 용산참사의 현장이었다. 1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참사의 영혼들은 온전히 복권되지 못했다. 겨우겨우 치러낸 추모제는 차가운 겨울이 얼마나 길었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되레 용산참사를 계기로 공권력과 법치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외치는 핏대선 목소리에서 섬뜩함을 느낀다.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성북구의 한 높다란 둔턱에서 판자집이 허물어지는 장면을 보며 그 안에서의 삶을 응시해본다. 한 담벼락에선 아이들이 장난치며 그려놓은 낙서와 그림들이 즐비하다. 누군가에겐 추억이 되었던 그런 현장이 사라지고 곧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했다. 여기 살았던 사람들이 그나마 새로운 아파트로 입주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번에는 발걸음을 서울시 강남구 포이동으로 옮겼다. 한눈에 바라봐도 주변의 환경과 너무나도 대조되는 그곳은 근대화의 명암이 동시에 교차하는 곳이다. 100가구가 못 미치게 남은 이곳은 대학 졸업자가 한명이며 대다수가 직장이 없거나 일용직, 넝마로 하루를 근근히 살아간다고 한다. 그나마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마저 없어 빈곤은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대학교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마음 속 한켠이 따듯해진다. 나는 왜 그렇게 못 살았지 하는 후회심 역시 이내 마음 속에 자리잡으면서.
재개발 현장, 그것도 삶의 터전이 걸린 현장에서의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다. 누구나가 모두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자기 공간을 지키고자 몸부림치건만 달려드는 것은 용역깡패들이다. 놀랍다. 합법적인 폭력. 용산은 사실 그런 것 아닐까. 건물을 점거하라고 지도한 것은 노조 지도부가 아니라 매일 같이 찾아와 쇠파이프를 긁는 용역깡패들일 것이다. 건물을 점거하고 시위를 한 것은 점이지 결코 선이 되지 못한다. 점을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늘 오류를 낳는다.
올해 아마도 가장 많이 주목받고, 다시 읽기를 해봐야 할 책은 역시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일 것이다. 도시개발이 어느정도 정리가 된 시점의 오늘날도 이런 일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작가의 말처럼 그 방법이 더 야만적이고 미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난쏘공'을 통해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는 합법과 비합법의 틀 속에서 이런 문제를 보기 이전에 그 속에서의 삶의 단편이나마 그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쏘공'을 통해 포이동의 삶을 그려낼 수 있음은 우리가 책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소중한 현재적 가치다.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미력이나마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