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ical view

<커버스토리> 백발의 장군

이시대 2013. 3. 23. 22:50

 

 

 

1937년 6월 4일, 갑산군에 속해있는 보천보의 한 숲자락.


중국과 조선의 경계에서는 일본과 치열한 전투를 전개해왔던 일군의 조선인 부대가 일본부대의 시야를 따돌리고 내륙 깊이 진을 치고 있었다. 동북항일연군 제2군 6사 병력 100명은 조선 내의 조국광복회 회원들과 미리 작전을 수립하고 숲속에 은폐한 채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 10시 칠흙 같은 밤, 잔뜩 긴장했으나 ‘조국해방’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이들은 거침없이 갑산군의 주요 시설을 습격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전투로 해석했을 때는 형편없는 것이었다. 일본인 50여명, 조선인 1300여명의 조그만 마을의 습격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웠으리라. 이들은 일본 경찰 주재소, 우체국, 면사무소를 방화하고 습득한 다량의 화기를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 별것 없는 전투는 그러나 일제에게는 커다란 위협으로 비춰졌다. 이미 조선 내의 치안을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한 일제에 맞서, 조선과 중국과의 국경선을 완벽히 차단했다고 하는 일본 군대의 자신감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국내로 진공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6월 5일 <동아일보>는 이 보천보 전투를 상세히 전하며 국내 독립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기사의 가장 앞자리에는 이 부대를 이끈 ‘김일성’이라는 이름이 뚜렷이 새겨졌다. 백발을 휘날리는 전설을 가진 이 항일영웅은 10년이 지난 훗날 그러나 30대 초반의 아주 젊은 모습으로 군중 앞에 등장하였고, 94년 죽을때까지 남, 북 현대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