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게 독서하기> 오자와이즘
<처절하게 독서하기> 오자와이즘
2009년 여름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을 대파하고, 새로운 일본을 만들겠다던 오하토 체제(오자와-하토야마)가 8개월 만에 종식됐다. 취임 이전 핵심 공약이었던 후텐마 기지 이전 공약이 사실상 크게 후퇴하고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인 오자와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붉어지면서 7월 앞둔 참의원 선거에 대한 우려가 당 안팎으로 확산되자 결국 동반퇴진을 결정한 것이다. 신임 간 나오토 총리는 새 내각을 오자와 파벌을 배제하는 듯 한 모습을 취했지만 오자와의 2선 퇴진은 ‘형식적’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일본 정치의 특성상 파벌 정치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마당에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오자와 파벌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자와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영향력과 그가 바라보는 일본의 미래는 무엇일까? 우선 오자와의 정치영역은 민주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89년 자민당의 간사장이 됨에 따라 주류에서 정계를 휩쓴 풍운아는 이후 탈당과 신당 창당을 반복하면서 정계 개편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로 인해 발생한 광범위한 인적 연대는 그가 ‘보수개혁’적 정치가라는 인상을 확산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가끔 정치적 맞수와도 배후에서 협상을 함에 따라 야합의 정치가라는 꼬리표도 늘 따라 붙지만 권력의 향방에 관한 천부적인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일본 정계에서 막강한 실력자다.
그런 오자와는 2009년 중의원 선거 압승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열도개조’의 일본개혁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오자와는 수십 년간 지속된 자민당의 독주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만큼 자민당 식 정치를 극복의 대상으로 올려놓았다. 일본식 정치의 모델로 알려진 관료우위 정치를 극복하고 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갖춘 정치가들이 일본정치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기본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에 있어서 책임감을 갖기 위해 정치가는 ‘하방운동’에 적극적이어야 하며, 이것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두 번째는 일본의 외교에 대한 방향이다. 자민당 정권이 新 미-일 가이드라인과 같은 정책을 통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충실하려고한 지난 역사를 최소한 탈피해 대미종속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텐마 기지 이전과 같은 공약의 철학은 여기에 근간한다. 그러나 대미외교의 종속성을 탈피하고 가고자 하는 것은 일본의 보통국가화다. 일본이 자위대가 아닌 일본군대를 보유하고 보통국가로서의 안보적 위상을 확립하자는 것이 오자와 외교철학의 뼈대다.
한 가지 더, 오자와는 이른바 경제정책 혹은 사회적 의제에서 진보적 노선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일본의 보수 본류의 전통적 정치철학을 계승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물론 독도 문제, 과거사 문제와 같은 일본 역사의 딜레마를 풀어내는 방식은 자민당의 방식보다 훨씬 부드럽게 보일지 모르나 일본 보수의 입장을 크게 탈피하지는 않는다.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선별적 수용과 국내 시장의 개방 허용 등은 ‘합리적 보수’ 로서의 이미지를 갖기에 충분하다.
위와 같은 오자와식 정치의 개괄적 특징은 보수, 개혁적이다.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것만으로도 일본의 변화는 엄청나지만 민주당내 최대 계파를 거느리고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오자와는 막상 보수개혁적인 정치가로서 일본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송뚜리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잠시 보류해두는 것이 좋겠다. 파벌정치라는 구조를 그대로 안고 있는 일본의 개혁은 실각한 오자와 만큼이나 아직은 불안정한 것이다.
1) 2010년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취임 한달 만에 리더쉽을 상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참패는 반대로 무당파의 지지가 자민당에 몰려 자민당은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게 되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그래서 간 나오토 총리건 오자와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으나 간 나오토의 위기를 기점으로 오자와가 다시 전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1) 오자와이즘에 대한 정리를 하고 있던 도중 일본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다소 깊이 있는 분석은 아니지만 정리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