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희망을 주는 책 소개> 혁명과 우상

이시대 2013. 1. 6. 21:56




박정희 시절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김형욱 정보부장, 풍운아의 삶을 살았듯 그의 최후 역시 숱한 화제를 남겼다. 가장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공작원들에 의해 양계장 분쇄기에서 최후를 맞이했다고 하니 권력은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김경재 전 의원은 1970년대 박사월이란 필명으로 김형욱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거쳐 이 책을 내놓게 된다. 뛰어난 필력으로 박정희 정권의 폐부를 강타했던 이 책은 그러나 정부로부터 출판 금지, 나아가 회유 협박, 결국에는 그 자신이 죽음으로서 책값을 치뤄야 했다. 

나는 문득 이 책을 읽고 느꼈다. 

아니, 군부독재의 중심세력들이 이렇게 이합집산이 심하고, 견제가 살벌한가. 군부독재라는 이름에 걸맞게 박정희는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던 것 아니었나? 

여기서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은 대중의 지지로부터 이탈한 독재는 내부로부터 허물어진다는 소중한 결론에 다다랐다. 

이 책은 그러나 단순히 김형욱으로부터 추출한 반박정희의 역사적 논리를 전개하는 데 그치지는 않았다. 4.19 이후 구데타 세력들의 새국가 건설의 의지와 포부(비록 절차적 민주주의는 커다랗게 훼손했지만)를 읽을 수 있으며, 그들의 성과를 보여주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야수의 심정'으로 박정희를 쏜 김재규의 모습까지, 박정희 시대를 읽기 위해 한번쯤은 거쳐야 할 책이다. 


'혁명과 우상, 김경재, 인물과 사상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