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view
조합운동을 통한 새로운 지역운동의 창출-2
이시대
2019. 1. 29. 23:13
조합운동을 통한 새로운 지역운동의 창출-2
Design 성북 2014/02/03 21:29 이시대
조합운동을 통한 새로운 지역운동의 창출-2
협동조합 수립에 발을 담그다.
이론과 실제는 분명 다르다. 이론은 전 세계 곳곳에 널려 있으며, 인터넷 검색만 해도 무수한 사례가 쏟아진다. 그러나 각종 사례와 이론은 많은 경우 현실 대입에 있어 크게 차이가 난다. 이론을 현실화시킬만한 현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조합을 수립하고자 하는 의지와 구성원들의 분포에서도 수립 가능성은 차이가 난다.
여기서 필자가 관여한 ‘소리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의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소리마을은 서울시 성북구 길음1동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서, 주변은 전부 뉴타운 개발로 인해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일종의 분지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는 소리마을은 뉴타운 개발을 하지 않았던 존치지역으로서, 이대로 방치한다면 슬럼화를 피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따라서 뉴타운의 광풍이 일정정도 지나간 시점에서 나타난 폐해는 공동체의식의 파괴와 뉴타운지역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나타났다.(절대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서울시로서도 성북구로서도 지역운동가로서도 방치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도된 것이 서울시의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으로서, 뉴타운의 출구전략으로 지역에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하고, 지역주민들이 이 공간을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이 공간을 통해 뉴타운 사업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지역모델을 창출하려는 것이 ‘관’의 의도였다. 그러나 대게의 경우가 그렇듯, 지역의 일을 지역에서 풀어내는 경험이 없는 지역주민들에게는 재생사업의 의미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해결할 ‘포인트’를 어디서 잡아내느냐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 지역공동체의 역량 아닐까 한다. 자체 해결이 어려운 주민들은 중간조직인 ‘성북구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컨설팅이 필요했으며, 센터는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자치구와의 절충점들을 찾아갔고, 파견된 운동가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실무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들은 한 단계 높은 시도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소리마을 사회적협동조합’수립이었다.
필자가 이 지역으로 파견된 2013년 6월에는 이제 막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이 들어오고 있었다. 당연히 이 어색한 개념은 제대로 수용되기 어려웠고, 주민들 자체의 역량으로서만 해결되기 어려웠다. 필자는 이 국면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 이해를 앞세우기보다 지역주민들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먼저 했고, 약 한 달의 시간은 지역의 일반적 상황과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가장 먼저 주민이 되지 않고서는 지역 운동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지역주민들이 차차 필자를 이방인으로 여기지 않고, 신뢰를 함으로서 실무역할을 할 수 있게 된 점이었다.
그렇게 기존의 마을운영위원회가 ‘소리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준비위원회’로 전환되고, 1개월간의 추가 논의를 바탕으로, 지역커뮤니티시설의 이름을 ‘길음 소리마을센터’로 정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4층까지의 공간을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인지 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동의 목표의식이 생기자 일은 한결 수월해졌다. 이후 협동조합의 수립절차에 따라 ‘창립총회’를 개최할 수 있었고, 정관, 사업계획서가 채택되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 진흥원의 컨설팅을 거쳐 지식경제부에 인가를 신청, 결국 2개월 후 인가가 확정되었다. 이를 토대로 협동조합 수립의 일반적 절차를 개괄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목적에 동의하는 5인 이상의 모임 수립
2.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계획과 정관수립
3. 모임의 구성과 규모를 고려해 발기인대회 개최
4. 창립총회 개최를 통해 임원 선출, 정관 및 사업 확정
5. 창립총회 의사록의 공증과 출자금 납입
6. 지자체 신고 및 중앙부처 인가
7. 지역 등기소에 등기
그렇게 함으로서 성북구에는 이제 4개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생겼고, 한국사회로 볼 때는 지역공동체사업을 전개하는 최초의 협동조합이 된 것이다. 이것은 엄밀히 얘기하면 글의 초기에 서술한 지역경제의 선순환과는 약간 모델이 다르지만 동네의 인적자원이 무형의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새로운 모델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소리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새로운 지역모델을 꿈꾸다.
앞으로 남은 소리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의 과제를 서술해보고자 한다. 조합은 소리마을센터를 서울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함으로서 지역에서 자율권을 갖고 사업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사업으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교육사업으로, 지역노인들에 대한 문화사업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임대주택 사업으로, 지역 순환형 일거리 창출로 그 구체성을 띌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역의 순기능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자칫 잘못하면 전망에 대한 ‘장밎빛 상상’의 영역으로 들어가버릴 수도 있다. 이 순기능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해가 앞으로도 더욱 철저해져야 하며,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스스로 설 수 없을 경우, 타인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할 수 없다. 그것이 이 조합을 포함해 세상을 보는 필자의 관점이다.
하지만 소리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그러한 조건을 충족했을 경우, 그 영향은 성북구에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확대되는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은 지역주민들에게 협동조합 수립이라는 과제를 조건으로 지역 커뮤니티 시설 설치를 확대 추진할 것이고, 피동적이건 능동적이건 지역 공동체는 서울시, 자치구와 상호영향을 미치는 시험대 위에 놓여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당신이 지역운동가라면, 지역에서 새로운 공동체운동의 토대가 형성되는 이 국면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