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ical view

한명회

이시대 2019. 1. 29. 23:36

한명회

김동환의 view 2014/10/06 00:37 김동환




"본래 길가에 집을 지으려면 3년이 가도 완공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이제 공이 큰 뜻을 세웠으니 오직 실행이 있을 뿐입니다."

이 남자의 조언에 따라 수양대군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해, 단종을 강력히 보위하던 권력의 실세 김종서를 선제공격하는 데 성공해 결국 보위에 오를 수 있었다.


작은 키에 큰 머리, 선천적인 사시로 인해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던 남자는 수양대군의 측근이자 남자의 벗인 권람의 추천이 있고서야 겨우 30세가 되어 경덕궁 궁지기 같은 말단직을 얻었을 뿐이었으나 남자의 인물됨을 아는 권람은 그를 적극적으로 수양대군에게 소개시켜줬다.


남자가 주로 한 일은 허름한 차림으로 돌아다니며, 김종서 진영의 정보를 빼내어 수양진영에 보고하는 일이었다. 이 볼품없는 남자의 정보는 수양대군 진영에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로 작용했으며, 결국 수양대군으로 하여금 '계유정난'을 성공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김종서를 제거한 수양대군과 그의 일파는 즉각
단종의 침소로 찾아가 김종서의 쿠데타 도발 '허위사실'을 보고하고, 남자가 미리 작성한 '살생부'에 따라 수양대군의 정적들을 현장에서 제거해나갔다. 거사와 동시에 정적들을 처단해버렸으니 수양대군의 앞을 이제 누가 막을 것인가.


세조~성종에 이르는 60여년 동안 조선정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어쩌면 조선 전체에 걸쳐) 한명회(1415~1487)의 정치입문은 이렇게 비루한 것이었으나, 그간 비주류를 떠돌며 얻는 정보는 누구보다 객관적이며 다듬어져 있었고, 일생에 걸쳐 그의 정보 정치는 사람을 꿰뚫어보는 직관과 함께 위기시마다 큰 영향을 발휘하게 된다.


문득 한명회의 삶을 생각해보니, 비록 그 모습은 초라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지만 사실은 원대한 계획으로 스스로를 무장시키고 있는 '그 누군가가' 주변에 있겠다 생각하니 벼가 익으면 고개를 왜 '숙여야' 되는 지 그 이치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