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주는 책 소개> 북한 현대사 시리즈
아무래도 한국현대사의 기초를 이해하려는 작업을 하다보면 북한의 역사에도 관심이 생기는 법이다. 까짓 북한의 역사라고 해봐야 몇년이나 되나. 같은 조선인이라는 인식으로 500년을 살았는데 그 십분의 일이 되는 역사 이해못할게 뭐가 있겠나 싶어서 책을 이리저리 뒤져보는데 그 동안 너무 많이 달라진 건 확실한 것 같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와 마찬가지로 북한 현대사의 기초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현대사, 김성보, 웅진>로 시작한 북한 현대사 공부가 시작되었다.
북한 현대사는 누구의 관점이 딱히 일반적으로 인정받는지 잘 모르고 있던 날에, 우연히 이종석 박사(전 통일부 장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석, 박사 과정에서 노동신문 전체를 탐독하면서 공부했다는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성실함은 대단하다 싶다 해서 찾은 <현대 북한의 이해, 이종석, 역사비평사>는 이미 북한 역사 교재로 유명한 것이었다.
'김일성 유령설' 이 횡행하던 과거에 소장파 학자들이 유령설을 부정하고 북한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외쳤던 사실에서 학자의 진실성을 알 수 있다. 다만 <현대 북한의 이해>는 북한의 전반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요소를 담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상당히 많기에 초보자가 읽기에 적당한 도서는 아닌 것 같다.
역사학계의 학자는 아니지만 임영태씨가 쓴 <북한 50년사, 임영태, 들녘>도 북한현대사를 통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자료다. 서점에 가면 북한에 관한 자료는 전문서적은 많은데 비해 대중서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이유까지야 잘모르겠지만 이 책 역시 만만치 않은 내용과 자료를 포함하고 있어 교재로서 적당하지 않은 가 싶다.
한국이나 북한이나 1945년에서 48년까지는 혼란기로서 이 시기를 규명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특히나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가장 첨예했으며 정치적 모략과 국제정세의 개입으로 인한 혼돈기라 할 것이다.
이 시기에 관한 중요한 물음으로서 남한이 단정으로 사실상 굳혀가고 있을 때, 과연 북한 지도부는 통일에 대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던 것일까? 그러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는 <북한체제의 수립과정, 김일평 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지금까지도 북한 해석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펴낸 책이다. 구하기 힘든 절판본.
그렇다면 북한 건설의 핵심인물들은 누구인가. 사실 관심이 더 많이 가는 부분이다. 김일성, 김정일, 조만식, 박헌영, 이강국 그리고 소련의 핵심관계자들의 증언과 역사적 사실을 추적한 이 책으로 인해 나는 앞으로도 상당히 저자인 정창현 교수의 시각으로 북한의 현재를 이해하려고 한다. <인물로 본 북한 현대사, 정창현, 민연>
김정일 이해의 선구적 역할은 한 책은 정창현 교수의 <곁에서 본 김정일, 정창현, 토지>이다. 1999년 발간한 이 책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북한의 김정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상당 부분 교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땅의 안보논리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었겠느냐만은 저질스럽고, 해괴하며, 망측한 김정일에서 사고의 체계가 있는 국가지도자로서 김정일을 해석하기까지에는 북한에서 망명한 고위관리 신경완씨의 증언을 상당 부분 차용하여 이뤄졌다.
2000년 남, 북 공동선언을 추진했던 핵심 인사들의 김정일 시각도 <곁에서 본 김정일> 과 많이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저자가 무슨 북한의 체제를 동경해서 그랬다는 싸구려 논리전개는 매우 곤란하다.
곁에서 본 김정일의 연장선에서 바라본 <CEO OF DPRK 김정일, 중앙북스>는 남북공동선언 이후의 김정일의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정일을 왜 CEO라고 평가했을까? CEO는 계산이 정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창현 교수는 그런 김정일을 주목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에 있어서의 북한 지도부를 리드하는 카리스마, 위기관리에 있어서의 외교력 등은 고립된 채 살아가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놀라운 능력이다.
대학교재로 많이 채택되고 있는 북한알기 시리즈 <북녘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정창현, 선인>은 북한을 관념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없이 북한을 취재하며 얻는 실사구시의 산물이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의 체제, 이데올로기에는 사실 관심이 없다. 주로 무엇을 먹는가, 연애는 어떻게 하나, 컴퓨터는 할 수 있나? 뭐 이런 것들인데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안고 있는 책이다. <변화하는 북한, 변하지 않는 북한, 정창현, 선인>은 2002년 7.1 경제개혁 조치 이후 자본주의적 요소(실리사회주의)를 도입해나가고 있는 북한의 변화상황을 담은 책이다.
한국사람들은 북한이 막연히 한없이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는 줄 알고 있으며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사회가 어디 있는가. 북한이 개혁개방이라는 용어 자체를 싫어할 뿐이지(현대화라고 한다.) 내용적으로는 개혁개방의 대세를 따라가기에도 바빠 보인다. 가끔 핵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의 관계도 어떻게든 개선하려고 하는 북한 지도부의 노력은 아직도 처절해 보인다.
일본의 석학이라 불리우는 와다 하루키 교수는 북한을 '유격대 국가'라고 칭한다. 항일 유격대의 모델이 국가 건설의 기초가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내용의 핵심은 안타깝게도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일본인이 보는 북조선인 만큼 객관적 시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 김정일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노력한 것일까? 일부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의 불편한 정서를 달래기 위해 준비한 이 책은 말그대로 교과서에도 담지 않는 북한의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독재권력과 반인권적 요소, 봉건적 사회문화가 부리내리고 있는 북한을 이제 민주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전 자유주의연대 대표 홍진표씨는 대학 생활동안 주사파의 핵심으로 활동하다 이제 비로서 북한 바로알기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극에서 극으로 시각을 이동하면 북한을 바로 알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혹여 평화와 화해를 가로막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포스트 김정일의 시대가 열릴려고 한다. 수령도 위원장도 나이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전쟁과 평화, 장성민, 김영사>는 국제문제 전문가인 장성민 박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책이다. 북한의 후계구도가 안정적으로 계승될 수 있겠는가. 군부의 반대는 없는 것인가. 누가 칼자루를 쥘 것인가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있었던 일을 분석하는 영역에 속해 있지 않기 대문에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책은 비록 김정은의 승계 가능성을 낮게 바라봤지만 지금은 북한의 현실이 그렇게 가고 있는 것 같다. 권력의 3세대 교체가 새로운 세력이 아닌 부자승계가 다시 일어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사회주의 노선'에 입각한다고 해석하기에 완전한 무리가 있는 지금 북한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