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주는 책 소개> 신영복 선생 저서들
독서를 하는데 있어서 빠트릴 수 없는 책이 하나 있다. 누구의 책이었는지 기억은 확실히 안나지만 '옥중수기'의 최고봉은 단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1988>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궁금해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군대가기 일주일 전 책을 구입해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었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 20개월을 복역했다니... 한국은 단연 장기수들의 천국이구나, 국제적으로 그 유명하다는 넬슨 만델라는 한국에 오면 왠지 평범한 정치사범 밖에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다가왔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아직 이러한 정치범들의 삶과 사상에 대한 무지로 인해 사색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잘몰랐다.
입대를 하고 훈련소를 거쳐 배치를 받아 이등병 생활을 하던 시절, 새벽마다 찾아오는 근무시간은 나름 나에게 사색의 장이 되어 주었다. 그 동안의 활동도 정리해보고, 사회에 대한 시각도 잡으려고 하는 속에서 자꾸만 이 책이 떠올랐다. 휴가를 나와 복귀할때 즈음, 다 읽지 못해 명함을 꽂아두었던 이 책은 군 생활이 끝날때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신영복 선생의 글들은 한폭의 예술작품처럼 다가온다. 휴지 한장 한장에다 깨알같이 박아놓은 글귀에 가족과 세상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또한 신영복 선생의 글은 사람을 바꾸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앞서 독자의 품성과 자세를 바로잡게 해주는 이 힘은 어디서 오는가. 정신적 스승의 역할은 바로 이런것 아닐까 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초판본부터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진과 같은 1998년 판 '갱지비슷한' 표지의 책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코팅되지 않은 표지는 오내지 그때 그 엽서의 향기가 묻어나오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나무야, 나무야 돌베개> 와 <더불어 숲, 중앙 M&B>는 신영복 선생이 마치 그간 못다한 여행을 한꺼번에 하려는 듯 국내와 해외의 주요 사적지를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바를 글로 전하는 책들이다. 역사에 대한 진보성, 세상을 향한 애정이 역시 듬뿍 베여나온 글들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진보란 이런 것 아닐까?" 무언가 도식적이지 않고 교조적이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역사와 사람에 다가가는 것. 따라가기 힘든 경지다. 정치적으론 보수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신영복 선생을 따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강의, 돌베개>는 2004년 출간되자마자 인문학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등장은 그야말로 '행복'한 것이었다. 사회가 걍팍해지고, 물신주의가 갈수록 심해질 때 사람들은 여지없이 그것을 돌파하기 위한 사상적 근거를 찾기 시작한다. <강의>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어렵기만 한 동양철학을 구현시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이 책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였다.
참고로 필자는 중고서점에 많이 가는 편인데 그곳에서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어느한 중고서점에서 자주보이는 책은 다른 서점에서도 마찬가지로 많이 보인다. 회전율이 높다는 뜻이다. 반면 회전률이 낮은 책은 중고서점에서 구하기 힘들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집에서 소장한다는 얘기다. <강의>는 중고서점에서 본일이 별로 없다.
오늘 하루 집에 모셔져 있던 강의의 한 꼭지를 다시보며,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 책<신영복 함께 읽기, 여럿이 함께 씀, 돌베개>은 신영복 선생이 직접 쓴 것은 아니고 그를 사랑하는 자발적 제자들이 선생을 보며 느낀 것들을 정리한 책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신영복 선생을 어떻게 바라볼까? 나도 그 대열에 한번 들어가본다.
신영복 선생을 존경하는 독자들이라면 잘알겠지만 선생은 글과 그림에도 능하다. 흥미로운 얘기지만 소주병에도 그의 글씨가 존재하고, 시민단체의 이름에 노동의 현장 속에 선생의 글들이 보인다. 독특하면서 아름다운 글씨체가 경이롭다.
<처음처럼, 신영복, 랜덤하우스>는 신영복 선생의 잠언과 글, 그림이 담긴 작품이다. 이 책은 인문학 서적보다는 그렇게 평가하는 게 어울릴 듯 하다. 필자는 참고로 글 보다는 그림을 훨씬 뚫러져다 쳐다보며 뜻을 찾느라 해맸었다.
위의 깨끗한 책들에 비해서 다소 투박해보이는 이 책들은 신영복 선생의 역저다.
<사람아 아, 사람아!, 신영복 옮김, 다섯수레>는 저자 다이 호우잉이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절 반혁명자로 몰려 고난을 받다가 적어 내려간 책이다. '극좌적 오류' 라는 평가를 받은 문화대혁명 시기, 이러한 정치 운동에서 깊은 좌절을 맞본 청춘들의 사랑을 엮어낸 책으로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시인의 죽음, 윤구병 옮김, 다섯수레>은 비록 신영복 선생이 엮은 책은 아니지만 선생이 추천한 다이 호우잉의 대표적 작품으로서 사람아 아, 사람아!에서 느끼 감동을 역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