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주는 책 소개> 진보의 재탄생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군대에서 TV를 통해 민주노동당 분당을 지켜보던 나는 비록 진보정당운동에 눈꼽만큼도 기여한 적이 없지만 이들의 분당이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보수일색으로 점철되어온 한국의 정당운동사에서 진보정당은 그 존재자체로 귀중한 것이라 여기는 까닭이었다.
분당의 명분으로 '정파간 갈등' '패권주의적 당 운영' 들이 제기됐지만 이것을 판단할 수 있는 인적, 사실적 잣대들이 나에겐 존재하지 않아 어느편에 칼을 겨누려고 하진 않았다. 오히려 심상정 대표체제를 통한 당의 혁신안이 일정 정도 수용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참고로 이 혁신안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섶부른 논리전개가 될 수도 있지만)
아무튼 누구는 이 일을 분당이라 하고 누구는 분화라고 부르지만 이 일을 통해 진보정당운동의 통합은 당분간 요원한 일로 되어버렸다. 이는 진보정당의 세분화, 축소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나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지만 '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진보의 '과체중'이 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당의 명분을 뒷바침해주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파간의 갈등은 무엇인가.
이는 당내 민족주의 좌파와 계급좌파의 형용모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자민통 운동 그룹이 다수를 차지했던 당시 지도부와 유럽식 사회주의 혹은 사민주의를 주장했던 소수의 당 지도부는 '좌파'에선 공통점이지만 미래구상은 현격히 달랐다. 이는 운동세력 안에서 고질적으로 노정되었던 문제로서 학생운동의 노선 갈등도 이와 유사하게 작용되어 왔다.
민족주의 좌파는 자신들이 '좌파'로 인식되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반면 계급좌파는 '좌파'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또한 민족주의 좌파는 통일문제를 중심에 둔 반면 계급좌파는 주춤한다. 북한의 정치지형이 사실상 좌파와 거리가 먼 것임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연대전략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았다. 그래서 대두된 것인가. 분당의 핵심 용어인 '종북패권' 이다. 이 무서운 용어는 이제 분당의 주체가 감정적으로 서로 화합할 수 없음을 알리는 상징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남은 것은 무엇이었나. '발전적 분당' 보단 상처가 깊어간 것은 아닌가.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이 상처의 고름은 더 깊어진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판단을 해본다. 물론 이것이 합당의 명분을 만드는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상은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이러한 갈등과 시련의 중심에서 온 정치인 노회찬을 말하는 이 책은 수 많은 정치인들의 에세이를 읽어봤지만 더욱 많은 상상력을 제공하게 해준다. 다른 게 어떻게 다른 건지 분명하게 이야기 한다. 이 다름은 비록 정치세력 내에서도 '소수'로서 작용하는 것이지만 쉽게 말해 "동의하되 표를 주기엔 약간 망설여지는 다름이지만" 한국사회의 주요한 방향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보신당엔 유독 다른 정당에 비해 '스타'들이 많다. 홍세화, 진중권을 포함한 유력인사들이 노회찬과 한국사회의 진보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 한다.
<노회찬과의 대화, 노회찬, 구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