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의 6월과 2008년의 6월.
어김없이 6월 항쟁 기념일이 찾아왔다.
4.13호헌 조치가 당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는 지금 전두환 사진만 봐도 금방 와닿는 것 같다. 국가 권력이 비상식적으로 작동할 때, 돌파구를 여는 것은 야당과 같은 제도권 정치가 아니라 학생운동이나 재야세력이 강하게 치고 나가는 법이다. 그렇게 이 당시의 선배들은 87년 6월을 자신들의 승리의 역사로 만들어나갔다. 전대협 세대가 세대의 대표성을 일거에 획득한 것은 이 6월 항쟁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본받아야 할 훌륭한 역사인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나이 세대(대략 2030으로 퉁쳐서 부르는)에겐 교과서 문장으로서만 인식될 수 밖에 없다. 대중적 학생운동이 약화된 시기에 성장했기 때문에 자기 조직을 가진 경험이 일천하고, 승리의 경험을 공유한 바가 없기 때문에 체감도도 낮을 수 밖에 없다. 딱 하나 그럴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2008년 6월의 항쟁이어야 했는데, 이미 세대는 달라진 바. 학생들이 앞장서 정치구호를 전면에 들 수 없었고, 각지에서 나오는 다양한 생활구호가 가득해 항쟁의 방향이 집중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물론 2008년 촛불로 인해 야당의 선명성과 경제민주화 흐름이 강화되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야권연대를 이끌어내는 바탕이 되었지만 문제는 그게 '우리 세대의 것' 이 아닌 느낌이다. 5년 전 그 100만이라는 인파 속에서 과연 우리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기적일지언정 우리 세대의 역사를 써보는 것. 그런 것은 뭐가 있을까.
'김동환의 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7.4공동성명-남북합의서-6.15공동선언-10.4선언 (0) | 2013.06.20 |
---|---|
게젤샤프트와 게마인샤프트 (0) | 2013.06.17 |
현충일을 맞이하여. (0) | 2013.06.11 |
선조와 이승만 (0) | 2013.05.28 |
5.16과 12.12의 차이 (0) | 2013.05.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