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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희망을 주는 책 소개> 내 안의 전쟁과 평화

by 이시대 2013. 1. 18.

 

 

정치인의 책을 읽을 때, 나만의 독서법이 있다.

우선 첫번째, 출판사를 제일 먼저 보는 편이다. 정치인이 출마를 위해 출간을 서두르다 보면 훌륭한 출판사를 섭외하지 못해 대부분 영세 사업장을 이용하거나 출판사를 급조하기도 한다. 이 경우 책의 디자인이나 편집이 매우 조악하기 마련이다. 책꽂이용 이상이 되지 못한다.

두번째는 책의 내용을 추적했을 때, 그 사람의 정치행위에 사회적 맥락이 담겨있는지 확인한다. 이른바 대의가 있나 보는 것이다. 많은 경우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똑똑한 맛에 정치를 하는 것 같고, 이런 경우 재미가 없어진다.



정말 오래간만에 차분히 정치인의 책을 한권 읽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신계륜 위원장의 책 '내 안의 전쟁과 평화'를 통해 사고를 엿볼 수 있었다. 우선 나남출판사, 좋은 출판사다 믿어도 된다. 두번째 1980년 대학시절의 회상이 있다. 이 경우 역사현장과 매우 밀접한다. 재미는 둘째치고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읽어보자.

1974년 누구나 숨을 죽인 유신시대에 그래도 정신이 살아있는 집단이 있다면 학생들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주 소수의 학생들은 유신체제에 구멍을 내기 위해 시위를 조직하고, 반유신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분투한다. 신계륜 위원장은 그렇게 70년대 중후반의 상황과 80년대 초중반 대학생활을 얼마나 치열하게 했는지 고백한다.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청년기를 보낸 그가 다시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 낸 것은 이 땅의 민주진보 역사를 상당히 함축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혀 딱딱하지 않다. 곱씹으며 한땀한땀 문장을 만들어낸 정성이 글을 그렇게 부드럽게 만들었다.

나도 언젠가 훗날 글을 쓰게 된다면 이 정도의 맥락과 스토리가 있는 책을 한권 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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