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희망을 주는 책 소개> 한국 현대사 시리즈

by 이시대 2013. 1. 10.

 

 

 

 

대학교 1학년 우연히 알게 된 김옥현 시인으로부터 한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함석헌, 한길사>는 그렇게 내 손에 쥐어졌건만 정작 나는 역사에는 도통 관심도 없고, 내용도 주욱 훑어본 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것이 계기가 된 걸까? 책꽂이에 꽂아있는 이 책은 시종일관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 후로 함석헌 선생의 이름들이 낯설지가 않게 되고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역사를 한번 알아보자" 해서 이런 저런 역사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비록 내 전공과는 무관하지만(경영학)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그냥 왠지 당연한 얘기같아 교양도 쌓을 겸 읽은 <20세기 우리 역사, 강만길, 창작과 비평사>는 강한 충격으로 나에게 나타났다. 후에나 안 것이지만 강만길 교수님의 그동안의 행보, 삶의 궤적들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 책은 분단된 한반도를 살아왔던 우리의 역사가 얼마나 통한의 역사를 겪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강만길 교수의 마니아가 되버렸다.

 


내친 김에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고쳐 쓴 한국근대사와 한국현대사, 강만길, 창작과 비평사>는 오히려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20세기 우리 역사와는 달리 일반인이 읽기에 너무나 어려웠던 것이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같은 좌절감을 듬뿍 앉은 채 받아들여야 했던 이 책은 2009년에 대시 읽어서야 그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운동권들의 전문서적'으로 불리던 <다시쓰는 한국현대사, 박세길, 돌베개>와 <우리역사이야기, 조성오, 돌베개>는 이제 막 활동하기 시작했던 동아리실에 그대로 비치되어 먼지가 잔뜩 낀 채 나를 맞아주었다. '민중들의 삶'을 역사 안에서 대중적으로 구현해내려고 했던 저자들의 노력은 이 책들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게 했지만 동시에 '불온서적'의 대명사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책들을 약간 접해본 결과 '불온서적' 읽기는 역사와 교양에 대한 더욱 많은 관점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욱 찾아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현재 많은 역사학자가 아닌 비전공 경제학자라든가, 정치학자들은 이런 종류의 책들이 우리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떨어뜨리는 '자학 역사관'이라 하여 불온서적 지정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하지만 별다른 논리를 제공한다거나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하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져보인다. 때문에 별다른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위의 책들과 비슷한 평가를 받는 <청년을 위한 한국 현대사, 박현채, 소나무> 역시 필독서로서 부족한 점이 없는 편이다. 어느책에선가 유시민씨가 그동안 진보진영의 '국가 정책 철학'의 기반은 박현채씨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만큼 독보적 자기 철학을 지녔던 분의(작고) 현대사 읽기다.


 

 

 

 

 

 


 

역사책 읽기는 늘 읽어도 부족하다는 생각, 갈증을 계속 가져다 준다. 저기 위의 이념서적(?)들은 오히려 나중에 읽을 걸 그랬나보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방과)의 한국현대사 산책 시리즈 1940년대에서 90년대까지는 한국 현대사를 집대성한 책이고, 대중 역사서다. 비록 비전공자의 역사책이지만 저자의 성실함과 방대한 자료제시는 어떤 역사학자 못지 않을 정도로 내용적으로 충실하다고 판단한다. 이 시리즈를 한번 읽고나면 한국 현대사에 대한 대강을 잡아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제 남은 것은 역사의 세부를 읽어나가는 엄청난 재미다. 90년대는 비교적 최근에 출간되었으며, 강준만 교수의 <한국근대사 산책> 역시 꼭 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서중석 교순님이 서술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도 필수코스다. 이 책은 대학 강의서로도 이름이 높지만 역사를 읽어나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역사학계에서도 원로로서 평생을 역사교육에 매진해온 분으로 내용의 신뢰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친일근대화론자' 들의 처절한 원성을 들을만큼 역사 교육의 방향은 뚜렷하다.


 

 


최근 소장파 학자들이 모여서 연구한 <한국 근대사 강의> 와 <한국독립운동사 강의> 역시 필독서다. 비교적 젊은 소장학자들이 만든 한국근현대사학회의 이러한 역사관점은 이제 역사를 자꾸 거꾸로 돌리려고 하는 세력들의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한 시도 중의 하나가 얼마전 발생한 '국방부 불온도서 지정'이라는 황당한 사건. <대한민국史, 한홍구, 한겨레출판사>는 그렇게 불온도서에 지정되었지만 판매량이 급증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 정도의 내용이 불온하다는 것은 이 책을 평가한 사람들의 기준과 잣대가 무엇이었는지 정말 궁금하게 만든다. 필자는 책의 내용도 물론 그 사람들에게는 원인이 되겠지만 한홍구 교수가 참여정부에서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방부와 모종의 마찰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심증을 가져본다. '실천하는' 역사학자 답게 선 굵은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근래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친일근대화' 시각을 듬뿍 담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포럼, 기파랑>는 숱한 논란을 가져오며 '역사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자신했지만 내용은 물론 대중성 확보도 실패한 것 같다.


역사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복잡해지고, 어렵다고 생각하나 알면 알 수록 재밌는 것이 또 역사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역사서를 정리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제서야 현대사의 대강을 잡아가고 있는데, 근대사와 또 씨름할 것을 생각하자니 기대반 두려움 반이 앞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