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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희망을 주는 책 소개> 김대중 저서 시리즈

by 이시대 2013. 1. 17.

 

이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책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편의상 DJ)은 다른 정치인들과는 판이하게 자신이 저술한 책보다 그를 음해, 비방하고자 하는 책이 많으며 누구보다 핍박을 많이 받아온 분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분이 걸어온 길을 곰곰이 돌이켜보면 정말 한국에서는 수백년에 걸쳐 나오기 힘든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현실 정치 영역에서는 그로 인해 상처받은 정치인들도 많이 있었겠지만 그런 영역을 논의한다기 보단 김 전 대통령이 어떤 사고를 해왔나 미약하지만 들여다 보기로 하자. 참고로 소개하는 책들은 전부 집에 있는 책이기 때문에 제한된 양 밖에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언젠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한 모든 책을 다 수집할 각오를 갖고 있다.

'경향신문사 출판국'에서 발행한 <김대중 정치방황 30년>은 DJ를 악질적으로 음해하는 책 중 한권인데 "경향신문이 이럴수가"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당시 언론환경이 어땠는지는 좀 더 확인해봐야겠다. 85년에 출간한 이책은 역시 DJ를 용공세력의 대표주자로 보고 민중혁명노선을 전파하는 사람이라 보고 있다. 보수야당의 대권주자를 용공세력쯤으로 몰고 가는 이런 찌라시들은 과거에는 더욱 심하게 많았다고 하는데 관련 자료가 필자에게 없어 아쉽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음해적 성격을 띈 책이 출간되는 시점이다.
새앎출판사에서 나온 <김대중 양날개 정치>는 DJ가 새정치국민회의를 통해 다시 대권도전을 하려고 할때, 갑자기 '옛동지' 였던 이태호씨가 등에 칼을 꽂듯 DJ에게 내상을 안겨준 책이다. 대부분의 반 DJ 정치인들의 DJ비판 핵심은 '정계은퇴 번복'에 있는데 저자인 이태호 역시 신한국당과 비슷한 논리로 DJ를 겨누게 된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이태호가 쓴 <압록강변의 겨울, 다섯수레, 1991>은 6.25 당시 납북자들의 한과 통일의 의지를 담은 책이다. 추천한다. 레어급이라 찾기도 힘들지만..

 


전통 호남세력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해서 민주당 신주류(열린우리당)가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던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방과)의 DJ 살리기 1등 공신 책. 제목은 죽이기인데 내용은 살리기다. 필자도 처음 이 책을 보면서 DJ 관련 서적들을 찾아봤을 만큼 DJ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995년에 출간한 <김대중 죽이기>는 훗날 나오는 DJ음해의 모든 책들보다 호소력있고, 논리성이 뛰어나 지식인 사회에서 DJ를 보는 눈 자체를 변화시켰다는 평가가 있다.


 

다독과 다작으로 유명한 강준만 교수는 이후 <노무현 죽이기, 살리기>를 통해 역시 뛰어난 논리력을 보여준다. 강준만 교수가 '인물과 사상사'에서 발간하는 책들의 종류가 대게 내용적 충실함과 지식인의 양심이랄까 이런게 보여서 좋다. <김대중 죽이기>는 도서출판 개마고원에서 발간.

제목이 죽이기도 한다면 살리기도 한다. 김대중 죽이기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이 책은 비록 죽이기보다는 덜 주목받았지만 DJ의 정치기반과 대척점에 서있는 영남지역, 그 지역의 문인들이 DJ를 변호하기를 자처해 지은 책으로 흥미를 더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대통령이 된 DJ

그에게 상징적으로 붙여진 별명 '인동초'는 지조와 기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당선 이후 측근 비리와 '아들형 게이트'만 제외한다면 국정 수행능력의 최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는 내용있는 정치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추천하는데 50년대에서 90년대에 걸친 한 정치인의 비전을 담은 내용으로서 지성인의 반열에 들어간 대통령의 기록을 볼 수 있다.<인동초가 피기까지, 김삼웅, 1998>

 


 

DJ는 책을 통해 자신을 다듬었다. 학력도 별로고, 돈이 그다지 많이 없었던 한 청년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르게 하기까지 그는 손에서 책을 논 적이 없다. DJ 서거 당시 비춰진 그의 서재를 봤다면 한 정치인의 삶의 양식을 카메라는 정확히 비췄던 것이다.

어떤 언론은 말한다. "누구는 죽어서 비자금을 남겼고, 누구는 죽어서 책을 남겼다." 사고한다는 것의 위대함을 응축시킨 것 같다.<DJ와 책, 김삼웅, 2000>

 


DJ는 학계의 주류도 아니었을 뿐더러 언제나 학력에 대한 컴플렉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앎'에 대한 집착은 거기에서 연유된 것 아닌가 할 정도로 DJ는 공부를 많이 했다. 남, 북관계 회복에 있어서 결정적이며 세계적인 역할을 한 DJ에게도 경제는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다.

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망명을 간 DJ는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대중경제론>을 집필했다. 경제학원론과 같은 형식과 수준은 비록 아니지만 한국의 경제정세를 나름의 시각으로 관찰한 이 책은 80년대 내내 금서에 올라야 했지만 역시 공부의 흔적을 보여주며 국내에도 역시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있다. <대중 참여 경제론>은 1997년도에 산하에서 재발간한 책이다.

 


 

DJ의 가장 큰 상징성은 역시 '노벨 평화상' 이다. 남, 북의 긴장완화와 평화 프로세스는 세계사적 차원에서 평가받아야 하는 일이다. 1994년 한길사에서 발간한 <나의 길 나의 사상-세계사의 대전환과 민족통일의 방략>은 그의 민족관을 잘나타내는 책이다. 이 책의 상당부분 내용은 <인동초가 피기까지>에 반영되어 있지만 더욱 구체성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94년도면 어떠한 시기인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조문파동으로 인해 남, 북관계는 급냉하고 있을 시기였다. 물론 시기의 전후관계를 잘봐야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이 북한의 사안사안에 대해서만 접근할 때, 이를 큰 틀거리에서 바라보려는 시도를 DJ는 하고 있었다.

 


 

이런 고민 위에서 3단계 통일론은 구체화되었다. 물론 남, 북관계에 대한 비전은 DJ가 70년대 이래 주욱 가다듬은 영역이지만 이를 군사전문가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더욱 가다듬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은 다소 전문가적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이후 남, 북 관계 개선의 기조, 6.15 공동선언, 노무현 대통령의 10.4 선언까지 남, 북관계를 정립할 수 있게 된 기초를 마련해주었다. 큰 틀로 보아서는 이명박 정부 역시 이 기조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 한울, 1995>

임동원 장관의 <피스메이커> 역시 반드시 봐야하는 필독서이다.

 


 

대중적으로 익히 알려진 책으로서는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1993, 김영사>가 있다. 이 책은 DJ의 자전적 에세이를 담은 책으로서 정치인으로서의 삶과 국민들에게 하고싶은 말들을 정리한 책이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개정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DJ는 한국사회의 중심에서 40년 동안을 정치생활을 하며 때로는 사욕의 화신으로 때로는 희망의 구원투수로 국민들 사이에 있었다. 독재를 하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은 그에게 항상 붙어있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행운이면서도 불운인가. 삶을 다하는 날까지 가족과 더불어 국민과 함께한 김대중 전 대통령, 이제 하늘나라에서는 푸욱 쉬시길..


 


남은 사람은 그래도 배워야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을 아직 읽지 못했고, <DJ와 책>은 훑어보기만 했다. 이 더운날 집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 그게 시원함이자 행복아닐까 한다. 그리고 정말 DJ관련 모든 책을 모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추모집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고, 자서전이 8월 초쯤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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