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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view

새정치민주연합, 중도통합의 유혹 벗어나야

by 이시대 2014. 9. 9.

 

 

 

이번 재보궐 선거가 참패로 끝나자 당에 대해 봇물처럼 쏟아져나온 큰 요구 중 하나가 '선명성 강화' 인 것 같다. 그간 김-안 대표 체제가 얼마나 관제야당처럼 보였길래 이런 주문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인지는 좀 생각을 해볼 필요를 느낀다.

안철수 전 대표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새인물'임에 틀림없는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이미지가 훼손이 된 것인지 안타깝지만 김한길 전 대표와의 연정을 택한 순간부터 어느정도 예정되었다는 측면에서 그와 측근의 정무적 감각이 지나치게 반노로 경도되어 일을 그르친 것 아닌가 싶다.

여튼 선명성 강화란 무엇인가?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 발언과 언론에 노출된 당 지도부의 발언은 상당히 선명했다. 김한길 전 대표가 이렇게까지 선명한 사람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발언으로 놓고보면 선명한데 왜 자꾸 선명성 얘기가 나오는지는 단순히 보면 반대파로부터의 공격 정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치사상적 측면에서 보면 당은 꾸준히 선명성을 상실해온게 사실이다. 이미 통합 이전 김한길 대표의 취임부터 등장한 논란이 이른바 '중도통합론'이다. 민주당의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왼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사회의 다양한 중산, 중간층의 지지를 상실해 당이 왜소해져버렸다는 판단이자 김한길 대표의 평소 소신이었다. 나는 이것이 객관적 상황을 보지 않고 나온 주관적 성향이라 판단한다. 대표와 측근들의 성향은 상당히 선명한 강령이라 평가받던 2012년 민주통합당 창당 강령을 대폭 수정해버리는데 영향을 끼쳤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과정에서도 반복되어 결과적으로 당을 무색무취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끌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사상적 측면에서 그렇게 김과 안 전 대표의 시각은 엇비슷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야권에서 터져나오는 중도통합은 과연 어떤 궤적을 그렸나. 비록 진영 간 대치의 온도에 따라 달리 판단할 필요가 있지만 최악의 관제야당이라 평가받았던 71년 유진산체제의 신민당-81년 유치송 체제의 민한당-85년 이민우의 신민당-91년 이기택의 민주당-2007년 김한길의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역사는 꾸준히 야당 내에서 발생한 '중도통합론'의 역사이자 이 부분이 야당을 주도했을 경우 여당의 2중대란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정치노선인 것이다.

중도통합이 당을 지배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가.

우선, 당의 실천활동이 무척 왜소해진다. 진보적인 흐름이 강할 경우는 다양하게 조직된 진보단체들과의 연대가 강화되고, 사회적 약자의 공간에 접근하는 '소통'이 더 활발해진다. 신뢰를 주고 받는 선이 넓어지는 동시에 해야할 일이 많아진다. 지금처럼 유행하는 식의 일방적 '청원소통'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당대당 소통 역시 못할 이유가 없게 된다.

그러나 중간계층에 대한 접근이 강화될수록 당이 해야할 일은 상대적으로 없어진다. 한국사회의 중산층 붕괴는 이미 오래전부터 발생한 일이지만 언제 중산층이 정치에 대해 간절히 요구한 적이 있던가. 당은 적당히 추수하는 경로를 그리게 될 것이며, 소통이란 단어로 퉁치며 적당히 이름을 얻은 명사들의 인정투쟁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절대로 외연 확장도 아닐뿐더러 신뢰를 얻는 방법도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상당히 심플하게 진행되는 공간이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이라 보는 나로서는 금번 전당대회만큼은 당의 강령을 중심에 두고 중도통합론과의 치열한 싸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래야 평당원도 애정도 갖고 할일이 생긴다.

야당은 야당다운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국가의 진로와 행정부를 이끌 행정철학은 또 따로 대비해야 하지만 야당이 야당다운 철학을 갖지 못하는데, 여당이 될 경우 여당다운 철학을 자연스레 갖는다는 것은 너무나 큰 욕심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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