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 암울했던 시대란 1970~80년대의 군부독재 시기가 아닌 내가 육군 이등병 시절.
고된 육체노동과 하나마나 한 정신교육 일과 속에서 지적, 정신적 갈등이 극에 달해 있을 때, 조용히 간부에게 부탁해 반입했던 리영희 선생의 '대화' 그 책은 허무에 시달리던 나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하루 30페이지씩 화장실에 숨어 글을 읽어갔지만 이내 다 읽어버린 대화는 잠시간의 갈증은 풀었지만 이내 더욱 큰 갈증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지식인이라는게 아니 지성인의 삶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경지의 지성인의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은 지성인에 대한 흠모를 넘어 내가 그렇게 되고 싶다는 욕심마저 불러일으켰다.
'사상의 은사' 라고 하지만 나는 선생께 사상을 배우지는 않은 것 같다. 게다가 그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전연 불가능한 일 일 것이다. 대신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 그 용기, 그 신념은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그 분의 삶을 읽어보고 싶다. 육신은 사라졌지만 정신은 남아있기에 내가 배울 수 있는 건 아직 무수히 많다.
선생님께서 부디 '너무나'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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