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 후반 놀라울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을 역임하고 조선노동당 비서를 역임한 북한의 실세 황장엽이 망명한 것이다. 당연히 이 충격적인 소식의 의미를 당시에는 알 수 없었지만 대학에 들어와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 일이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까지도 황장엽을 암살하려고 한 간첩단들이 검거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망명한 북한의 고위 관료 혹은 친인척이 피살된 적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신빙성이 있으나, 왜 하필 천안함 사건으로 복잡한 남, 북관계 상황에서 간첩단 사건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아무튼 이 사건을 보고 어떤 선배는 황장엽이 북한에서 권력형 비리와 파렴치한 행위로 인해, 김정일의 눈밖에 났고, 북한에 머무를 수 없자 망명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확실히 '자유민주적 통일'을 위해 남한에 내려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주장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다면, '자유투사' 황장엽과는 달리 적어도 다른 한편의 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중 '자유투사' 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황장엽의 책들을 보면 이론가인만큼 상당한 자기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다른차원의 일이지만 적어도 자기철학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김정일=남한 주도의 자유통일'의 자기근거는 한국사회 극우진영의 확실한 자양분으로 되고 있는만큼 황장엽의 저술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10월 10일, 황장엽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치적인 판단을 배제한다면야 북한에 가족을 남겨두고 남한으로 와서 겪었을 슬픔은 남달랐을 것이다. 또한 남한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과거를 과도하게 파괴하는 데에 대한 자기망실도 있었을 터다. 그건 그것대로 안쓰러움을 주지만..
이 땅의 극우세력은 또 다시 망명객 황장엽씨를 이용해 자신의 주가를 올리려 하고 있다. 그것도 그들이 한번도 진지하게 고민한 적 없던 '남, 북 화해와 통일'을 마치 신념화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황장엽, 조선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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