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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view

유영익과 이승만 살리기1

by 이시대 2013. 10. 18.

2008년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고 앞장선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내정자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이승만 숭배자다. 이번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한 이명희 교수가 유영익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역사학자라는 권위가 부여되서 그런지 지난 '뉴라이트 사관'이 등장했던 2008년보다 현재의 여파가 더 깊어보인다. 그때야 경제학자들이 만든 교과서여서 그런지(대안교과서) 어째 잘 쳐주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학계 내부의 역사전쟁이라 그런지 더 치열해보이는 느낌이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이승만에 대한 복권을 시도하는걸까? 

그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전문적 수준은 못될지라도 이러저러한 자료를 들춰본 바 있다. 유의미한 텍스트로는 '우남 이승만, 대한민국을 세우다(이한우, 해냄)'과 '우남 이승만 연구(정병준, 역사비평사)'인데, 앞의 책은 이승만을 정확히 애국자-건국대통령으로 만드려는 의도가 있는 책이고, 뒤의 책은 이승만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돋보이는 책이다. 게다가 국내 이승만 연구의 1인자로 꼽히는 교수답게 나는 정병준 교수의 책이 좀 더 진실에 근접하는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승만을 긍정하는 책들의 공통점을 하나 꼽자면, 역사해석의 걍팍함으로 인해 초반부터 그닥 신뢰가 안가는 특징이 있다. 반이승만=좌파 로 동일시 하는 서술이라던가, 개인의 영웅적 면모를 강조하는 메시아주의의 지속적 등장은 역사책이라기보단 주관성이 강하게 깃든 정치서적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유영익 교수의 부류들이 흔하게 범하는 오류로서, 교과서를 만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편향된 정치서적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번 문제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암튼, 그럼 대체 왜냐는 질문에 있어 나의 의견은 이렇다. 

이승만 찬양의 역사학자들은 이승만을 살리면서 1910년~45년까지 역사학계 주류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고 싶은 것 아닐까 한다. 기존의 당연한 입장, 병탄-항일운동(국내외 민족해방운동-외교, 직접투쟁, 전쟁준비)-반외세 통일운동이 역사의 주류로 해석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병탄-항일운동(외교에 국한)-친자치-단정운동이라는 매국의 흐름을 주류로 올려놓고 싶은 것이다. 

그 온전한 흐름이 이승만에게 있었다. 

이승만의 정치활동을 간략하여 보면, 병탄 이후에도 반일의식이 강하기보단 반러의식이 강하고, 그나마 줏대있는 것이 아니라 미 행정부의 기조에 따라 그때그때 바뀌었던 것을 보면 행동의 원칙이 민족적 대의가 아닌 '개인의 입신양명'에 있었음을 그 뒤에도 계속해서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독립협회 사건 이후 수십년 미국 거주의 공간적 한계로 인해 그의 활동은 주로 외교적 측면에 국한되었으며, 이마저도 뚜렷한 성과가 없기에 과연 전체 독립운동사에서 그의 운동이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승만의 국내 연락망인 '흥업구락부'의 상당수가 개량적 항일운동에서 점차 친자치론자들로 변모하고 훗날 상당수가 한국민주당을 창당해 이승만을 추대하고 또 이를 거부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정말 애국자였던 것인지 혼란이 앞선다. 그것뿐인가. 어마어마한 정치자금을 친일집단인 '경제보국회'에서 수혈해 이것이 그의 국내 활동에 물적기반이 되었는데,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수립 후 반민특위가 와해되고, 친일경찰이 다시 대거 전면에 등장하고 단정세력이 애국자로 둔갑해버렸던 현실이 결코 무관하지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수립 후 능력있는 이들이 나라를 일으켜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친일파를 재등용했다는 논리는 이승만과 이들을 분리해서 사고한다는 것인데, 그간의 과정을 보면 결코 그렇지가 않아보인다. 

그런데, 이승만 개인을 영웅화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이 역사의 주류로 설정되게 된다. 

반일투쟁보다는 국내의 동학농민운동, 국외의 러시아 혁명에서 파생된 노동자, 농민들의 계급의식을 막는데 더 바빴고, 이는 자연스럽게 일제보다 계급혁명을 훨씬 위험하게 보게 되는 의식으로 발전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은 지배층의 상당수를 이뤘던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의 타협적 자치 활동(친일활동)을 방관하게 되고(혹은 인정하게 되고=식민지근대화로 연결)결국 이들이 앞장서 주도한 단정운동이 마치 위대한 건국으로 이해되는 한심한 인식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결과적으로 유영익 교수와 같은 부류들의 역사전쟁을 실패할 것이라 본다. 어느 사회등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게 있게 마련이다. 1980년대 이후 근현대사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일생에 걸쳐 성취한 현재의 역사적 성과들이, 자료도 빈약하고, 토대도 튼튼하지 못한 보잘 것 없는 도발에 의해 붕괴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교과서가 아니라 정치서적임을 자인한다면, 이번일은 매우 쉽게 결론을 보게 될 것이다. 유영익 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임된다한들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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