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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view

음모적 권력과 1212

by 이시대 2014. 12. 30.

12월 12일자 주요포털엔 검색어 '1212'가 상위권에 올랐다. 동시에 벌써 몇일째인지 모르겠으나, 1,2위엔 정윤회가 지속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권력의 5주체(박근혜, 김기춘, 박지만, 정윤회, 진돗개)의 실체에 대한 의문과 1212에 대한 관심은 음모론적 권력역사의 상당히 닮은 꼴이자, 역사의 어두운 부분이다.

김대중의 제일 앞을 보면 나름 민주주의에 대한 애정을 가진 장면 박사가 나오고, 노무현의 제일 앞을 보면 부산 민주화 운동의 대부 송기인 신부가 나오는데 반해 박근혜의 제일 앞을 보면 중인지 목사인지도 불분명한 최태민을 애써 불러내야 하고, 그와 관련된 정윤회를 끄집어내 권력5주체에 대한 해석을 시도해야 한다. 음모론적 권력이 판을 치던 7~80년대를 대상으로 다룬 인기작 김경재의 '혁명과 우상'이나, 김충식의 '남산의 부장들' 같은 책이 재판되어 서점가에 고스란히 있는 것을 보면, 어찌보면 권력과 음모는 꽤나 잘 어울리는 주제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튼 얼마전 정치부 기자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자서전이 '김종필 자서전'이라는 리서치를 봤을때, 1212는 아직 그 실체적 진실이 충분히 규명된 것 같지는 않고 여전히 '음모의 영역'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기대했는데도 끝내는 입을 열지 않고 떠났던 최규하를 볼 때, 정말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은 대목이다.

31년 1월 8일 경남합천에서 태어난 전두환은 형을 따라 군에 입대하려했으나 가족의 만류로 후방에서 국비로 공부한 뒤 장교로 임관할 수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택했고, 이후 정규4년제로 전환할 시 11기로 입학하고 4년제 기수로는 1기로 입학했다. 나중에 박정희를 따라 5.16쿠데타에 참가한 8기가 진급누락에 대한 불만을 쿠데타로 표시했지만 11기는 그 8기조차 속으론 무시할만큼 대단한 엘리트 의식이 있었다.

육사생도 5.16 지지 시가행진을 주도했을만큼 박정희에게 충성을 다했던 전두환은 "박정희가 늙고 노망기가 있어 물러나야 한다는"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군사정부 내내 탄탄대로를 걸었다. 전두환이 박정희에 들러붙어 내시와 같은 권력을 행사하려던 수많은 정치군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있었다면 그것은 우리의 역사상 무수히 많이 이름을 들었던 음모적 권력, '하나회'의 강력한 리더로서 자기 주체성이 분명했다는 점일 것이다. 박정희는 키우는 쪽을 택했다.

당시 군내 음모적 권력으로서(사조직) 북극성회와 청죽회, 하나회가 있었다면 하나회는 명실공히 군내를 장악하는 '중앙'권력으로서, 박정희는 하나회를 통해 군내 정보를 취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10.26 이후 12.12까지의 짧은 기간동안 군의 계통을 교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군내의 반발이 크지 않았던 것은 전두환이 갖고 있던 군내의 위상이 다른 별들과는 달랐던 것이고, 저항해봐야 육군참모총장 정승화처럼 치욕만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사실 정승화는 상당히 치밀하게 전두환과 하나회를 제거하려 했다) 차라리 전두환에게 줄을 서야 했다고나 할까? 5.16을 피해 수녀원에 숨었던 장면에 비해 임시대통령 최규하는 그나마 행복했던 편이다.

최대의 정적 정승화의 손을 묶은 전두환은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군권을 장악한 전두환은 6인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군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고, 1980년 4월에 들어서 중앙정보부 서리와 보안사령관에 셀프임명되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1980년 서울의 봄과 안개정국이라는 서로 모순적으로 명명된 80년의 초반에 '음모적 권력'은 이미 정국 장악에 대한 디테일한 준비를 마쳤고, 오히려 양김(dj, ys)은 박정희보다 더 쎈놈을 맞딱뜨려야 했다. (이 시기 김기춘은 어디에 있었을까.)

박근혜 정권 중반에 들어가는 시기, 권력 내부에 암투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지만, 과거 한 줌 되지도 않는 권력이 하나회 구성-동지규합-진영 내 경쟁자 제거-정국 장악이라는 코스를 통해 국정을 농단하고, 역사를 망친 분명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현재의 음모적 권력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다.

한 때, MB의 측근이었던 정두언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MB정부가 그리울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아마 지금 뭏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다. 혼자서 묵묵히 새누리당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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