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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처절하게 독서하기> 대통령을 기소하다

by 이시대 2013. 3. 25.

 

 

 

대통령을 기소하다(빈센트 불리오시, 웅진지식하우스, 2008)

“미국은 다시 존경받을 수 있을까?”

2001년 9월 11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 터졌다. 미리 정보당국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런 대비를 안한 것처럼 뉴욕에 위치한 쌍둥이 빌딩(WTC)은 돌격해오는 여객기를 받아 그대로 처참하게 붕괴되었다. 당시 대통령이던 부시는 한 초등학교에서 소식을 전해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이날의 사건을 우리는 9.11테러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9.11 테러가 미국에 가져다 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사상 최초 미국본토에 대한 공습으로 사망자만 3000명 이상 발생하고, 수많은 사상자를 나았다. 미국 전역은 이에 대한 보복 심리로 들끓었고,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과 무장단체 알카에다에 대한 즉각적 반격에 들어가야 한다고 연일 언론은 보도했다. 미 행정부도 의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해있다고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의 북동부 지역 토라 보라에 대한 수색에 착수하지만 번번이 잡는 데는 실패했다.

부시가 이에 대한 충격을 먹은 것인가. 2002년 1월 29일 연두교서에서 전 세계국가 중 이라크-이란-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함으로서 국제사회에 이들 세 나라가 국제 테러리즘의 확산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미국 본토에 대한 타격으로 테러에 대한 불안심리가 깊게 자리 잡은 미국민들이 세 나라를 어떤 시각으로 보았을지는 뻔한 일이다.

그 첫 타격은 이라크가 되었다. 이라크의 WMD(대량살상무기)가 미국을 위협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세계 최강 미국 국가수반의 한마디는 마치 그전에는 없었던 국제 테러리즘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확산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어느덧 미국민 30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오사마 빈 라덴은 주인공이 아닌 듯 했다. 한스 블릭스 UN 무기 사찰단이 2002년 11월 27일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라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WMD 보유에 대한 구체적 단서를 하나도 잡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부시의 이라크에 대한 분노는 가실지 몰랐다. 이라크 국민을 가혹하게 수탈하고, 독재의 화신이 된(실제로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후세인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부시의 말을 믿지 못했다. 제공할 정보를 다해줬는데도 부시는 왜 저러는가.

후세인의 입장에서는 억울했다. 아무리 미국이 전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한다지만 어찌 이럴 수 있는가. 9.11 테러는 후세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도 증명이 됐고, 또 미국의 CIA마저 후세인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고, 그럴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압력을 가하는 것이었다.

부시는 그 시각 정치고문 칼로브와 딕체니, 콘돌리자 라이스 등과 함께 이라크 침략을 위한 군사 계획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렇다. 침략인 것이다. 근거가 없다고 밝혀진 WMD와 9.11 배후설을 고집하며 성전(聖戰)을 준비하고 있었다. 악의 축을 박살내기 위한 미국의 군사전략은 전 세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는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 준비로 대부분 철회되고 절친한 강대국 영국만이 미국을 뒤쫓고 있었다.



 



이라크 시각으로 2003년 3월 19일 바그다드에 대한 공습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에 방영된 그 장면은 미국의 최첨단 무기에 대한 실험장 같았다. 그러나 분명 그 안에는 후세인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WMD가 실재했다면 이라크 전쟁에서 그 실체가 공개되어야 했을 텐데도 전쟁은 현대전사에서 기록으로 유지될 만큼 빠른 3주 만에 공식적으로 완료되었다. 미 해군 항공모함 링컨호에서 열린 종선선언은 그야말로 미 패권주의의 표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부시는 선언에서 다시 알카에다-테러-이라크를 엮는 과도한 논리력을 발휘하면서 이 전쟁이 그야말로 명분이 없음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알려주었다. 2003년 12월 14일 미국에 실제적으로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후세인은 옹색한 모습으로 체포되었고, 미국민 3000명을 죽인 빈 라덴은 아직도 유유히 미국에 대한 테러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부시는 10만 명의 이라크 국민을 학살한 이 전쟁을 주도한 것일까? 빈센트 불리시오의『대통령을 기소하다』는 단언한다. 이 전쟁을 국제역학적인 또는 내부 정치적인 전략으로 인해 수행된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부시 자체의 중대한 결함이, 즉 정서적으로 미친 사람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불리시오는 때로는 누구도 무시 못 할 논리와 동시에 부시에 대한 악의적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라크 참전 용사들이 가난하지만 조국의 임무를 위해 이 전쟁에 참전했다고 하면서 부시에 의해 조작된 애국심의 허구에 대해 개탄했다. 그래서 책을 통해 조지 부시 前미국 대통령을 참전 용사 4000명을 사지로 내몬 1급 살인 교사범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이 말은 필자가 보기에도 타당한 듯하다. 화씨911을 통해, 그리고 많은 작품을 통해 부시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마이클 무어 감독 역시 이라크 전쟁의 정치 공학적 배경을 설명하지만 그 근간에 ‘부시는 전쟁광(狂)’ 을 깔아놓는다. 미국은 부시 덕분에 매너 있는 나라라는 지위를 박탈당했고 2004년 재선에 성공했을 때, 미국민의 어리석음에 통탄하며 전 세계 지식인들은 등을 돌렸다. 단 몇 명의 전쟁광(물론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네오콘 그룹도 있지만)으로 세계가 화약고가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함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반도에서 특히나 유념해야 하는 일이다. 이래저래 오바마가 기대되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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