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에서 실천적 지성인을 손에 꼽으라면 유시민 전 장관을 늘 선두에 위치한다. 과도하게 정치 영역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면 말이다.
유시민의 삶의 경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늘 그의 고민의 흔적이 책으로 구체화되었다는 점이다. 이 한 부분만을 보더라도 나의 판단이 그렇게 그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시대를 위한 항소>는 1991년에 출간된 그의 산문집이다. 이 책은 젊은 청년이 자신의 운동관으로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인간과 역사에 대한 희망, 분단된 이 땅에 대한 연민, 그의 정치적 관점들이 녹아들어 있다.
이 책은 유시민의 책 중 아마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한권일 것이다. 수배생활을 하며 지은 이 책으로 생활의 근거와 동시에 유학자금까지 충당했다고 하니 그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책일 것이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역사 속의 중요한 사건을 해석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드레퓌스 사건, 피의 일요일, 사라예보, 10월 혁명, 대장정, 베트남 전쟁 등 인류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뤘다. 다만 아쉬운 건 책의 대부분이 발췌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순수 창작물이 아니라는 비판도 동시에 얻었으며, 책의 재판본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본인 스스로 명기하였다.
이 책은 필자 역시 보지 않아서 이렇다 평가할 수는 없지만 넘쳐나는 '실용 경제서'와는 경우가 다른 경제사상사다. 주로 경제학계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경제사상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것 아닌가 싶다.
아마 이 책까지가 유시민의 젊은 청년시절까지 고민의 중심 아닌가 싶다. 우리 역사를 놓고 어떻게 볼 것인가와 같은 대단히 '돈 안되는' 문제를 놓고 젊은 시절을 산 사람에게 가장 합리적인 관점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의 청년들이 존경심을 보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제목 자체도 얼마나 멋진가. 남들의 사고를 차용해 마치 자기의 생각인 것 처럼 '스스로도 착각' 하도록 만드는 무비판적 지식의 홍수 속에서 개인의 주체적 사고를 촉구한다.
믿어서는 안될 역사, 신화에서 역사로, 과학으로서의 역사, 계급투쟁의 역사, 영웅과 대중 등등 비 전공자의 역사 이야기가 자못 흥미롭다.
역사공부에 몰두하던 청년이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의 정치에 대해 포문을 연 화제의 책 <97대선, 게임의 법칙>
당시 정치환경에 비춰 보건데 현재와 같은 구도로는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담고 있어 DJ진영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꽤씸한 책을 내놓게 된 것. 물론 예측은 틀렸지만 이 책이 내놓은 과학적인 분석 방법은 이후 선거분석가들의 기본 틀을 만들어놓았다.
이 책의 여파가 지금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시 대선 국면에서 커다란 영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신한국당이 이 책을 정략적으로 활용했음은 뻔한 일이다.
2002년에 발간한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유시민의 그간의 정치사상과는 약간의 변화가 예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실용적 관점'을 보여준 책이다. 97년 발간한 게임의 법칙과 5년차가 발생하는데 나에게는 이때 5년 동안 유시민의 저술활동이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으니 알고 계신분은 말씀 바란다.
이 책은 대학 교제로 채택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책으로서 내용도 경제학의 기본 패턴 충실한 것 같다. 여튼 이후에 외국인들이 지은 <괴짜 경제학> 이라든가 <경제학 콘서트> 같은 베스트셀러보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훨씬 유용하게 읽힐 수 있다.
지금은 전문인터뷰어로서 자리매김을 확고히 하고 있는 지승호씨의 인물 추적기 <유시민을 만나다>에서는 개혁당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집권의 역할을 하고, 열린우리당 내에서 혁신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던 유시민을 만난 내용이다.
이 책은 명확히 이야기해주고 있다. 유시민은 '소셜 리버럴리스트'다. 그렇다. 항간에서 돌던 '운동권 변절자' 유시민을 변호할 수 있는 정치적 무기는 '소셜 리버럴리스트' 라는 규정이다. 애매한가. 이런 표현보다는 필자는 개인적으로 사회적 '지식인'이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이 책은 항소이유서 전문이 실려 있으니 인터넷에서만 찾아보지말고 전문을 '종이'로 읽는 감동을 느껴보자.
여튼 정치인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은 유시민을 다시 지켜보자.
2006년 발간된 <대한민국 개조론>은 정치인 유시민의 국가 비전을 나타낸 책이다. 이때 한참 유행한 신복지 노선인 사회투자국가에 대한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대통령 결선투표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도, 중대선거구제, 선진통상국가, ODA, 민족협력부등 사회 굵직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담은 책이다.
이것을 한국형 제 3의 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어디서 구체화되고 있는지 필자의 부족한 능력으로는 알 수가 없다. 정치인으로서 확실히 보수까지 아우르려고 하는 사고 방식이 엿보인다.
2008년 발간한 후불제 민주주의는 <처절하게 독서하기>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안되는 책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청춘의 독서>는 저자가 청년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보면서 볼때마다 새롭게 얻는 영감을 서술한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공산당 선언> <인구론> <진보와 빈곤> <역사란 무엇인가> 등은 공통점은 무엇인가. 하나같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어려운 책들과 씨름하며 젊은 날을 보낸 지식인 유시민. 배움의 자극을 많이 주는 청년이다.
최근 펴낸 노무현 추모집 <운명이다> 역시 필독서로서 서점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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