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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처절하게 독서하기> 후불제 민주주의

by 이시대 2013. 3. 25.

 

 

후불제 민주주의(유시민, 돌베개, 2009)


얼마 전 블로그에 노무현 前대통령 탄핵은 한국 사회의 주류가 교체되는 데 대한 과거세력의 일종의 반발이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었는데 한 익명의 방문자가 다짜고짜 험한 말을 늘어놓았다. 자신의 정치경험으로 비춰 보건데 노무현은 탄핵당해도 마땅할 일을 저질렀으며 노무현,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경멸한다는 것이었다. 그 분은 2002년 대선 당시만 해도 ‘노사모’의 회원으로 노무현 후보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들의 정치행태에 급격히 실망했다고 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이겠냐 만은.

하지만 필자는 그분이 보면 아쉽게도 노무현, 유시민 두 분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 방문객처럼 싫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지를 보류’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것은 일종의 보신적 태도일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지지 발언을 하면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에게 비판의 화살이 쏟아진다.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생활의 압박에서 오는 제스쳐보다 어떤 개인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가끔 정치를 전혀 다른 길로 가게 한다는 점에서 의식적으로 이러한 지지는 조금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과 유시민 두 분의 책이 새로 출간되면 다른 책을 먼저 제쳐두고 구입을 한다. 현실정치적인 지지는 보류하지만 그분들의 생각과 사고는 존경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그러면 또 누가 청년들에게 이상을 심어주고 있는가?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그대로 표출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사람의 행위는 늘 논리적일 수 있는가? 이상을 품고 있는 이들은 계속 이러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은 실수하게 마련이며 이상과 격차가 심해질 때 반대세력의 외연은 확장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러한 간극을 두 분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필자는 다소간의 현실논리를 무시하고 ‘이상을 중심’ 으로 독서를 하려고 한다.


 

 

 

유시민의『후불제 민주주의』는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바로미터가 되기에 충분하다. 필자는 저자가 누구보다 ‘걱정’이 많은 사람이 라고 확신한다. 그러한 걱정을 칼럼을 통해 엮은 것이 이 책이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위기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를 부인할 수 있겠는가. 2007년 한나라당이 집권하자 사회의 기본질서가 많이 흐트러졌다고 저자는『후불제 민주주의』를 통해 진단한다. 그 근본 원인으로서 1948년 7월 17일 제헌의회가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정했지만 국민들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제라도 비용을 치르자는 것이고, 2008년의 촛불시위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현 정권을 비판만 하기 위해 쓰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민주개혁세력의 분열과 실패를 통해 시민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준 핵심의 위치에 섰던 그는 뼈아픈 자성을 잊지 않았다. 필자는 글을 쓰는 사람들의 내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단어로 표현하기까지는 몇 번의 걸러짐이 있는 법이다. 그 과정에는 자신의 행동을 반추하는 것 역시 포함되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은 ‘그런 면에서’ 자성을 많이 하는 사람인 것 같다. 대학 생활 내내 반독재 운동을 전개한 그는 이미 ‘항소이유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사회의 민주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그 글은 지금에서도 옆에 두고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또한 끊임없는 독서와 토론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결국은 현실 정치에 뛰어들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주역이 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의미는 기존의 지역연합 방식을 뛰어넘어(물론 후보단일화 과정은 있었지만) 민주개혁세력만으로도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결코 폄하 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시 돌아와 책을 펴보자. 국민이 권력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 우리에게 다시 ‘헌법’을 읽어보라고 이야기 한다. 현 정부 하의 5년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깊이 체험하는 학습 기간이 될 것이며, 충분히 학습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위기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한다. 누구보다 앞장서 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의 말이라면 들어봐야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러면서 또 배운다.

더 읽어보기
『97대선, 게임의 법칙』(유시민, 돌베개, 1997)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유시민, 돌베개, 2002)
『유시민을 만나다』(지승호, 북라인, 2005)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유시민, 푸른나무, 2003)
『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 푸른나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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