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처절하게 독서하기> 변화하는 북한, 변하지 않는 북한

by 이시대 2013. 3. 25.

 

 

 

변화하는 북한, 변하지 않는 북한(정창현, 선인, 2005)

“반도 북쪽 북한을 생각한다.”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에 대한 인식을 상당 부분 변화시킨 것 같다. 이후 어떤 이데올로기의 틀 안에서 북한을 해석하기 보단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조망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사실 새롭게 그런 경향이 나타났기보단 기존의 그런 연구방식을 택했던 연구자들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수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내재적인’ 접근을 모든 사람들이 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2000년대 판 북한바로알기 운동은 제법 대중화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한국 사회를 가만히 살펴보면 남북 화해론자들은 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의 현장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경제와 문화 협력을 통해 그들의 구체적 삶의 현장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고, 대북 강경론자들은 주로 북한의 통치체제 즉 ‘김정일의 독재’에 관심을 기울여 인권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물론 둘 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및 고위급 회담을 통해 상호 정보교류가 활발해지는 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일 문제지 판을 확 갈아엎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2000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당 55주년 기념대회는 향후 북한의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탄이 되었다. 그전에는 정신이상자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후 제법 합리적인 지도자가 지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북한은 1990년대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의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을 벗어나 본격적인 사회주의 강성대국으로 진입할 것을 선언하였다. 군의 조직과 문화를 모범으로 앞세운 ‘선군정치’를 통해 북한식 사회주의의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바로 역경을 극복한 북한의 공식적인 지도자로서의 김정일을 각인시키고, 혁명 1세대의 영향을 벗어나 혁명 2세대의 국가 지도라는 세대교체를 함축하고 있었다. 김정일은 한국식 표현으로서 개혁개방을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에서는 개혁개방이라는 말보다는 ‘현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어쨌든 누가 봐도 북한의 진로가 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북한의 실리적 변화의 가장 큰 초점은 단연 북-미 관계 개선에 있었다. 실제 북한은 오랫동안 대내 통치로서의 반미(反美)는 유지했지만 미국을 무시한 국제사회의 편입은 힘들다는 판단 아래, 미국에 친밀한 제스처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례로 2000년 10월 북한의 조명록 차수는 클린턴과 만나 ‘조, 미 공동선언’을 이끌어냄으로서 이러한 해빙무드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2000년 방미한 조명록 차수와 클린턴 미국 대통령)


북한의 이러한 위로부터의 변화는 북한식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동시에 가지고 왔다.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2002년 7월 1일 ‘사회주의 경제관리 조치(7.1조치)’를 통해 물가, 임금 대폭인상, 사실상 배급제를 폐지함으로서 부분적 시장도입의 단계를 만들었다. 이는 사회가 실리, 실력, 실적을 중요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남한, 미국의 매파들은 이러한 변화를 김정일 체제를 안전하게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혹평을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게 한꺼번에 바뀔 수 없는 것을.

또한 북한으로서는 놀랄 만한 실험을 시도하는데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개방하여 북한식 사회주의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는 비록 장관으로 내정된 중국 어우야 그룹 회장 양빈이 중국 당국에 체포됨으로서 우야무야 되었지만 어쨌거나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김정일이 직접 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중요한 건 경제야”라고 크게 말하는 듯 했지만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 들어서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2005년 핵문제가 불어지면서 문제는 다시 군사, 외교적 측면으로 기울어진 듯 한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후계자 문제까지 겹쳐 북한 사회는 지금 혼란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 군사, 외교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따로 살펴보겠지만 2000년대 들어 국가 지도부의 결심으로 변화의 속도를 높인 북한의 향후 진로가 궁금하다.

사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당, 정, 군의 동향에 대해 궁금하기 보단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살까?” 하는 실제적 삶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사회의 특성상 변화의 바람은 위에서 아래로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변화의 중심은 어쩔 수 없이 당, 정, 군에 있는 것 같다. 이 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향후 한반도의 주역이 될 청년 세대에게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닐까? 최소한 필자가 아는 한에 있어서는 가장 많이 연구차 북한을 왕래한 정창현 교수의 『변화하는 북한, 변하지 않는 북한』은 북한 주민들의 실제적 삶을 잘 나타낸 책이다. 현재 민족21의 편집장인 정창현 교수의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더 읽어보기
『북녘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민족21 엮음, 선인, 20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