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게 독서하기> 도산 안창호 평전

 

 

도산 안창호 평전(1막에서 3막까지 읽기)

저자 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1.인물 읽기의 기초 원칙

우리가 근현대사 인물, 독립운동가라든가 정치인 기업인 등을 읽어내려고 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인물과 배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태도다. 한 인물에 대한 과도한 믿음으로 비롯해 그 인물의 모든 것이 추앙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인물과 객관적인 현실이 상호 결합되어 그 인물이 위대하다는 평가가 도출되었을 때 마땅히 우리는 그런 인물을 통해 배움을 얻는 게 중요하다.

2. 도산 안창호 선생에 관한 서적

도산 안창호 선생은 근현대사 인물 중에서도 그 역할의 광폭으로 인해 평가의 상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저자 역시 수감 생활의 옥중동지들이 도산의 정치노선이 개량적이며, 부르주아 민족주의의 형태라는 비판이 제기 되었을 때 도산의 혁명가적 삶이 역사적으로 훼손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서문에서 밝힌다. 실제로 크게 변절한 춘원 이광수 류의 글들이 아직도 도산 이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으로서 민족해방운동사에서 도산이 역할을 매우 협소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평가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때문에 도산의 삶을 운동가적이고, 정치가적인 시각으로 분석한 글들을 통해 기존의 오류를 시정하는 작업 속에서 운동가들은 현재의 전망을 내놓을 수 있다.

3. 도산 안창호의 유년기

도산이 태어난 해는 1878년도, 당시 대외정세는 서구 열강의 조선에 대한 이권 침탈이 극심해지던 환경이었다. 조선 말기의 병적인 증세들이 노출되고 있었으며, 엘리트 정치는 주권국가로서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외세의 정치적 개입을 방어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오히려 각 정파들은 외세의 힘을 얻어 자신들의 정파적 기득권을 지키고 있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었다. 상층부의 정치가 이런 식으로 전개됨으로서 일반 민중들의 삶은 더욱 초라하게 될 뿐이었다. 도산은 이런 조국의 환경에서 그리 넉넉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나 구식교육의 언저리에만 있을 뿐, 앞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한 사람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어떤 인식을 얻기 위해서는 교육 혹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안창호가 유년기에 개화사상을 갖고 있는 필대은을 만난 것은 유년기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대목이다.

4. 도산 안창호, 조선의 현실에 눈을 뜨다.

어린 시절, 조선 조정의 혼란함과 동시에 내부에서는 갑오농민전쟁 같은 농민들의 전면적 저항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음을 들은 청년기 안창호는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또한 갑오농민전쟁이 진압된 것은 외세에 의해서였다. 조국의 비참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주관적인 사고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17세가 되던 1895년, 형편상의 어려움으로 학비를 면제해준다는 구세학당에 진학해 신식교육을 받는 그는 눈에 띄는 지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학급 내부에서는 교사들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외부에서는 필대은과 함께 본격적으로 정치현장에 개입하고 있었다. 안창호가 전국적인 명사로서 부각된 것은 독립협회의 활동과 대중집회인 만민공동회에서의 유려한 연설 때문이다. 20세가 되던 해 평양성 쾌재정에서의 연설은 외세에 대한 주체적 대응과 부패한 탐관오리들에 대한 처분을 요구하는 대중연설이었다. 독립협회의 힘이 날로 커지자 위기감을 느낀 고종과 수구파는 독립협회 핵심간부 17명을 체포함으로서 도산 안창호는 조직을 잃고, 새로운 모색을 하기 시작한다.

5. 교육계몽운동의 시작

정치운동에서 강력한 위상을 보이던 독립협회운동이 사실상 와해되자 핵심인사들은 나름의 방도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미국으로 망명한 이승만, 서재필 등은 미뤄둔 개인 공부를 심화시켰고, 국내에 남아있던 인사들은 대중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 교육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도움을 얻어 개교한 점진학교는 그런 차원에서의 애국교육계몽 운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지 필대은이 사망하고, 점진학교의 운영이 어려워지자 안창호는 다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하고 있었다.